내 아이의 디지털 기기 사용 패턴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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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달간 논문 준비 등 업무로 인해 포스팅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오늘은 내 아이의 휴대폰 사용 패턴 이해하기(?)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제목은 이래도 아이를 좀 더 알아보고 유해한 매체에서 조금 떨어뜨려 놓고 안전한 미디어 사용을 위한 노력이 들어있을 예정이다. 아이의 사생활 터치와 관련된 걱정은 조금 내려놓고 글을 보면 될 것 같다.

First Mobile Phone

아이가 여섯살쯤 남는 공기계(아이폰6)를 줘봤다. 물론 와이파이는 연결하지 않은 완전 깡통폰으로 주었다. 당시에 액정이 일부 깨진 상태라 화면을 볼 수는 있었지만 깨끗한 화면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알리에서 액정을 직구하고 자가 교체를 한 뒤 다시 주고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참고로 액정 교체를 하다가 홈버튼 케이블을 좀 건드렸는지 홈버튼이 작동을 안해서 물리 버튼이 아닌 화면에 표시해 주는 AssistiveTouch 버튼을 활성화하고 아이에게 사용법을 잘 설명해 주었다. (나중엔 이게 킬포인트가 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이가 한번씩 휴대폰을 만지작 만지작 하더니 하나 둘씩 어떻게 사용하는지 물어봤다. 몇 번을 가르쳐 준 뒤로는 기능에 대해서는 별로 묻는게 없었지만 이번엔 한글 맞춤법이나 자음 모음을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 질문이 거의 주를 이뤘다. 정확히는 “이 글자는 어떻게 써요?”라고 말이다. 약간 이때 한글을 직접 종이에 쓰기도 하고 타이핑도 같이 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에 애가 카메라 앱을 켜고 파노라마를 찍고 타입랩스를 찍고 껄껄 웃지를 않나, 알고보니 그 동안 휴대폰의 기본 기능에 대해 이미 빠삭해져 있었다. 오히려 나한테 이런 저런 기능도 알려줬는데 나조차도 이런 기능이 있었나 할 정도의 기능까지도 세세히 알고 있는게 너무 신기했다. 메모앱을 열어 글자를 적어보기도 하고 그림도 다양한 색깔을 쓰며 그리는 것을 보고 애들은 정말 습득력이 빠르구나라는 말이 이때 확 와닿았던 것 같다.

더 충격적이었던 휴대폰이 오래되다 보니 앱을 실행을 많이 시키면 흔히 행이 걸리는 Freeze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그런데 배경화면으로 돌아가려면 홈버튼을 눌러 돌아가야 하는데 Freeze 현상으로 홈버튼이 안눌리면, 자기가 아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더 신기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방식이었다.

  • 전원 버튼을 한 번 누른다. (화면 꺼짐)
  • 홈버튼을 한 번 누른다. (화면 켜짐)
  • 홈버튼을 두 번 눌러 최근 실행창이 보이게 하고 거기서 원하는 앱을 선택하는 등등 (탈출)

물리 홈버튼이 고장남에도 AssistiveTouch 홈버튼으로 말이다.

아이가 기본 기능을 파악한 뒤로 한 것은 영상을 녹화하거나 음성을 녹음하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집이 그렇겠지만 우리집도 시간을 정해놓고 유튜브 등 미디어를 아이에게 허락하고 있다. 그럼 그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을 녹화해서 가지고 있다가 자기가 원할때 마다 보기도 하고, NAVER CLOVA에서 나오는 키즈 컨텐츠인 동화나라 같은 것을 녹음했다가 다시 듣기도 했다. 흔히 말해 통제된 조건을 벗어난 Life Hacking(?)을 하고 있었다.

Messenger & First Message

한 달 전에는 애가 와이프 휴대폰으로 나랑 LINE 메신저로 처음으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약간 뭔가 신선하고 얼떨떨한 충격이었다. ‘내가 키운 아이와 휴대폰으로 대화를 한다고?!’ 나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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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의 엄마 모르는(?) 비밀 채널도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는데, 이때다 싶어 조금 더 큰 화면의 휴대폰인 LG V20으로 바꿔주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아이폰의 홈버튼도 고장났고 화면도 작았기 때문에 집에 굴러다니는 공기계에 이번엔 와이파이까지 연결해주기로 했다. 그래야 메신저로 아이랑 대화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즘엔 메신저 서비스의 대부분이 전화번호로 인증을 받기 때문에 전화번호가 없으면 사용조차 할 수 없다. 즉, 유심이 없으면 안된다는 의미이다. 예전에는 이메일 인증만으로도 많은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범죄에 자꾸 악용되는 이유로 많이 변경되었다.

아무튼 전에 개통했던 다른 유심으로 인증을 받고 혹시라도 모를 아이의 범죄 노출을 최소화하고자 유심을 기기에서 다시 빼버렸다. 와이파이로 메신저의 기능을 충분히 쓸 수 있기 때문이다.

Who installed YouTube App

그렇게 주고 한 1~2주가 지났던 것 같다. 아이가 휴대폰을 사용할 때 잠깐 보니 유튜브 앱이 설치되어 있다. 읭?? 나는 영어 앱을 몇 개 설치한 적은 있지만 유튜브 앱을 설치한 적이 없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내가 로그인을 해놓고 교육용 앱 몇개를 설치한 뒤 로그아웃 하는 걸 깜빡했다. 으악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애는 자기가 설치한게 아니라며 억울하다는 듯이 얘기했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초기화한 이후로 시스템에 필요한 업데이트를 하게되면 제조사에서 미리 정해놓은 몇 개의 앱들이 업데이트 되거나 설치된다. 이 과정에서 상담용 원격제어 앱도 설치되고 그러는데 그 중에 유튜브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아이에게 잘 설명해줬다. 조그만 휴대폰으로 휴대폰 많이 보고 유튜브 보면 눈도 나빠져서 아빠처럼 안경써야 된다며 차라리 TV로 유튜브를 보라고(TV 시청시간은 정해져 있기에..) 어쩌구 저쩌구 비겁한 변명을 대면서 살살 꼬득여 유튜브 앱을 지우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앱 설치도 못하게 계정 로그 아웃에 자동 업데이트 설정도 OFF로 변경했다.

Are you sure?

과연 끝이었을까? 그랬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날은 애가 휴대폰으로 뭐를 집중하고 있길래 슬쩍가서 보니 휴대폰을 후다닥 숨기면서 자기 쇼핑한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쇼핑하는거 나도 좋아한다고 우리 같이 보자고 했더니 웹 브라우저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소피루비를 검색한 결과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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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속으로 ‘오 웹브라우저?? 와~ 이건 어떻게 알았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이러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아니었다. 이걸 보는 순간 으악 당했다! 완패라고 생각했다. 우리 애는.. 유튜브 앱이 없더라도 브라우저를 통해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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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코드와 백신과의 끝없는 창과 방패 같은 싸움이랄까. 하지만 귀엽게도 한 개만 봤다. 이거는 어렸을 때부터 1개 또는 2개만 보는 습관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즉 자기도 여러 개를 너무 많이 보면 안 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내가 이걸 본 이후로는 아이한테 아무말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와이프와 합의 끝에 도달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휴대폰 사용시간 제한
    • 웅크린 자세, 눈 건강, 멘탈 건강 등 이유
  2. 권유 화법 사용 및 회유
    • 유튜브 같은거는 티비로 보는게 낫다. 눈 나빠진다는 이유 등 권유와 회유
    • 누군가 제한하려고 들면 아이는 더욱 숨기기 마련이다. (나는 지금도 그렇다)

So what now

메신저를 처음 사용할 때는 이모티콘이 신기하고 재밌어서 여러개를 동시에 보냈다면 지금은 이모티콘을 적제적소에 사용한다. 너무 리얼해서 볼때마다 빵 터질때가 많다. 맞춤법 틀렸다고 하면 잔소리쟁이라는 구박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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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력은 아이가 휴대폰을 사용할 때 관심을 갖지 않으려 노력한다. 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관심을 갖거나 보려고 하지 않으니 자기도 별 대수롭지 않게 보다가 시간되면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 같다. 아빠는 결혼했으니 자기는 아빠와 결혼하지 않겠다며 선 긋는 친구처럼 쿨하다. 하지만 이거는 좀 더 오랜기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Wrap-up

아이들은 특이하게 귀신이나 괴물을 무서워하면서도 좋아한다. 뭔가 무서움에서 오는 짜릿함이 애들에게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애는 귀신, 괴물 나오는 컨텐츠라면 애들용임에도 불구하고 무서워서 잠을 잘 못 잔다든지 그런일이 있어서 그런 부분은 아직은 아이에게 좀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까지 미디어 노출 시간에 대한 통제와, 컨텐츠에 대한 적절한 통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를 관찰하면서 그나마 아이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인데 그래서 좀 더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유해물을 최대한 늦게 접하도록 노력하고 앞으로 모바일 기기, 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아직 고민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기교육은.. 맞는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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