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증언 및 증언 시 유의점 part 2
Tips for Testifying in Court Series
Preface
지난 포스트에서 증인 소환장을 통해 법정증언을 하게 됐을 때 준비해야 될 부분 및 간략한 팁들을 소개했다.
지난 글에 이어 법정 증언을 위해 내가 준비한 부분 및 실제 법정에서 대답했던 내용에 대해 글을 작성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법적 용어가 나올 예정이나 하나하나 그냥 단어로 생각하고 이해만 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
Prepare for Court
먼저 기본 질문에 대비하여 경력, 학력, 논문 투고 이력, 대외 수상 내역, 포렌식 교육 내역 등을 준비하여 분석관 자격으로부터 신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준비했다.
경력에서는 경찰로 입직하기 전 뿐 아니라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이 분야와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나름의 답변을 만들었다.
두 번째로, 작성한 분석 보고서를 보면서 절차적인 부분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거나 오기한 내용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세 번째로, 분석한 휴대폰 3대 및 USIM 3개에 대해 획득 방식, 용어를 한 번씩 정리를 했고 내가 만일 반대신문을 한다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그에 맞춰서 준비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질문들이 있을 것이다.
- IMEI, IMSI, ICCID 등 용어 및 보고서에 작성된 내용
- 분석한 도구에서 현출되는 용어의 의미
- 획득 방식(Physical, Logical, Full Filesystem)에 대한 차이
- 획득 방식에 따른 앱의 분석 범위
- 획득을 할 때 왜 다르게 획득해야 하는지?
- 그 획득 방법을 사용했을 때 임의적인 조작을 가한 것이 아닌지?
- 앱에서 나온 기록은 어디서 어떻게 복원된 것인지? 등
마지막으로 법정증언 가이드 문서를 참고했는데, 과학수사는 사이버수사가 있기 훨씬 예전부터 있던 분야이고 법정 증언할 케이스가 많기 때문에 과학수사요원을 위한 법정증언 가이드 문서가 있다.
생각해 보면 아직까지 사이버수사를 위한 법정증언 가이드는 없는 것 같다.
[ 과학수사요원 법정증언 가이드 ]
나도 이번에 이런 가이드 문서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가이드 문서는 약 100페이지 정도로 이뤄져 있고 공판정에서 증언할 때 요령, 준비 사항, 판례, 증인의 증언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변호인의 신문 방법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물론 정독할 시간은 부족해서 목차에서 내가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읽었는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다가 이런 가이드 문서에서 이렇게까지 깊게 다루고 있는 것을 보니 만만하게 볼 대상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이렇게 글을 정리해서 써놓으니까 엄청 많이 준비한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지하철에서 출퇴근할 때 한두 번씩 생각한 것 이외에 별다른 준비는 없었다. 내가 아는 만큼 성실하게만 대답하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Date of Trial
공판일이 되어 서울동부지방법원을 갔다.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 서약서를 작성했는데 서약서는 거짓말로 증언하지 말 것, 만일 내 증언으로 가족들이(친족) 불리해지는 경우 묵비권을 행사 할 수 있다는 등 약 5~6가지의 서약 내용이 있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 거부) 누구든지 자기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형사소추(刑事訴追)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사람
-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
서약서를 작성해서 주니 담당하시는 분이 여비 명목으로 바로 돈 봉투를 줬다. 처음에 난 이게 교통비의 명목으로 주는 건지, 증언을 한 부분에 대한 수고의 의미로 주는 건지 몰랐는데 찾아보니 아예 법률에 규정이 되어있었다.
형사소송법 제168조(증인의 여비, 일당, 숙박료) 소환받은 증인은 법률의 규정한 바에 의하여 여비, 일당과 숙박료를 청구할 수 있다. 단, 정당한 사유없이 선서 또는 증언을 거부한 자는 예외로 한다.
그리고 안내를 받아 법정에 들어가면서 담당 검사와 눈인사를 간단히 하고 이전 공판 뒷부분을 구경하면서 공판에 대한 감을 익혔던 것 같다.
내가 참석한 공판에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공판이 이루어졌는데, 검사의 주신문이 시작되기 전 선서를 하였다. 선서 내용은 서약서 기재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기억한다.
형사소송법 제156조(증인의 선서) 증인에게는 신문 전에 선서하게 하여야 한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그리고 신문이 시작되었다.
- 소속과 이름은 무엇인지
- 현재 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지
- 수사서류에 편철되어 있는 증거분석 결과보고서를 보여주며 내가 작성한 보고서가 맞는지 여부
- 분석 전 증거물 봉인은 잘 되어있었는지 여부
- 수사서류에 첨부된 메신저(위챗) 대화 내역이 분석 도구를 통해 추출된 게 맞는지 여부
위챗 메신저 내용을 물어봤을 때 메신저 대화 내역 중에서 범죄 혐의 관련된 부분이 증거로 사용되었고 이게 쟁점이구나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위챗 앱 패키지 명, DB 위치, 메시지가 복원됐다면 어디서 복원이 된 것인지, 획득 방식 별 위챗 획득 및 분석 여부 등 예상 질문들이 스쳐 지나갔다.
일단 그렇게 검사의 주신문이 끝나고 판사의 변호인 반대신문하라는 말에 변호인은 반대신문 없다고 했다.
응? 보고서 자체를 못 믿겠다는 말은 온데간데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분명 위챗 관련된 내용으로 다퉈야 정상인데 그러지 않은 걸 보면 경우는 둘 중 하나다.
피고인의 심경의 변화가 일으켜 다 포기하고 어차피 구속된 거 ‘무조건 잘못했습니다로 나가자’ 스탠스이거나 변호인이 포기하고 교체된 케이스이다.
이 경우에는 공판 흐름상 전자와 후자가 합쳐인 케이스로 생각된다. 왜냐면 변호인도 사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어보이는 듯한 눈치였다.
판사가 다시 한번 여부를 물으면서 증거에 대한 이의제기 한 것 철회하는거냐고 되물었고, 증인 돌려보내도 되냐고 최종 확인을 한 뒤 끝났다. 이게 끝이다.
글 보는 입장에서 황당하겠지만 당사자인 나는 더 어이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거 대답하고 법원으로 부터 돈 봉투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나는 검사에게 이게 끝인가요?? 라는 듯한 의미로 눈 신호를 보냈고 담당 검사는 눈을 질끈 감더니 두번 끄덕했다.
판사도 뭔가 애매했는지 증인에게 혹시 뭐 물어볼 수도 있으니 잠깐 공판정에서 떠나지 말 것을 부탁하였다. 그래서 배심원석에 앉아서 본격적으로 맘놓고 구경을 하였다.
근데 가만히 듣다보니 진짜 나쁜 놈이 맞다.
중국으로 오가며 환전에 보이스 피싱에, 공범이 몇명 더 있고, 최후 변론에서는 자기는 이게 범죄에 연관된지도 몰랐다 뭐 자기는 편의를 제공해 주기 위해 환전만 한거다 앞으로 평생 성실하게 살겠다 등등.. 범죄자의 동일한 레파토리를 읊었다.
근데… 증거로 채택된 공범이랑 범죄 관련된 위챗 메시지는 기억이 잘 안나나보다.
아무튼 담당 검사가 여자였는데 마지막에 카리스마가 있게 징역 8년을 구형하였다. 요즘 트랜드가 보이스피싱 들어가면 왠만하면 다 구속 + 형을 쎄게 때린다.
현재는 주장의 진술, 증거신청, 증거조사 등의 모든 과정이 종결된 변론종결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남은건 선고만 남았는데 그 선고를 내리는 날을 선고기일이라고 한다.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
Wrap-up
사실 나도 법을 전공하지 않고 따로 법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를 해본 적은 없어서 법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소속과 하는일 때문에 남들보다 접할 기회가 조금 더 있다보니 조금 씩 알게되는 건 사실이다. 이번에도 법정 증언 기회가 없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부분이나 절차들이 많았을 것이다.
다음에 좀 더 텐션 있는 법정 증언을 하게 된다면 다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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